정빈 묘표의 명(銘)으로 통훈대부(通訓大夫) 행 삼척도호부사 허목(許穆)이 글을 짓고,

손자 낭선군(朗善君) 우(俁)가 글을 쓰고,

손자 낭원군(郎原君) 여(侶)가 비의 두전(頭篆 : 사람의 이름자)을 쓰다.

정빈민씨 행장(靜嬪閔氏 行狀)

정빈(靜嬪) 민씨(閔氏)는 본관이 여흥(驪興)이시며 조고(祖考)의 휘(諱)는 희열(希說)이신데 군수(郡守 : 문관의 종4품의 외관직)이고 선고(先考)의 휘는 사준(士俊)이신데 강화도호부사(江華都護府使)이시며 어머니는 숙부인(淑夫人:정3품당상관아내의 봉작) 신창맹씨(新昌孟氏)로 사섬시첨정(司贍寺瞻正 : 저화(楮貨:닥나무 원료의 종이로 만든 紙幣)의 발행과 노비가 공납하는 면포를 관장한 관청의 종4품직) 휘(諱) 익선(益善)의 따님이시다.

정빈(靜嬪)께서는 1567년(선조 즉위년) 정묘 9월 29일 탄생하시고, 14세에 간택되어 들어와 숙의(淑儀 : 종이품의 내명부의 품계)가 되시고 소의(昭儀 : 정이품), 귀인(貴人 : 종일품)을 거쳐 빈(嬪 : 정일품)이 되셨으며, 두왕자(王子)와 세 옹주(翁主)를 낳으셨다.

빈(靜嬪)께서는 어릴 때부터 바탕 된 성품이 단정하고 소양이 있으시더니 지존(至尊 : 임금)을 모심에 더욱 가다듬고 공손하여 예(禮)가 아니면 행하지 아니하시니 상(上 : 선조)께서 공경하고 중하게 여기시어 보통 때에도 어관(御冠)을 쓰지 않으시고는 보지 않으시니 궁중의 상하가 존경하지 않는 이가 없었으며 백옥(白玉)과 같다고 비유하였다.

의인왕후(懿仁王后)로부터 남다른 예우를 받아, 매사를 반드시 자문을 하셨고, 빈(嬪)께서 성의로 우러러 섬기며 인정과 의리로 서로 믿으시니 빈료(嬪僚)로 예접하여, 은혜로 사랑함이 두터우셨으며,.

모든 자손에 대한 계책을 한 번도 상감께 돌보아 달라고 하지 않으며 말하기를 “우리가 어찌 감히 사사로운 일로 상감께 아뢰어 번거롭게 하여 성덕(聖德)에 누를 끼치겠는가”라고 말씀하셨으며, 자손을 위하여 산업(産業)을 세우지 않으시고 오직 검소한 덕을 뒤에 남기려고 하셨습니다.

또한 길삼 바느질에 뜻을 두어 누에 실을 다루고 베 짜기에 힘쓰며 언제나 내훈(內訓)과 소학(小學) 등의 책을 읽으시면서 행동으로 예절을 준행하시며, 자녀를 가르침에는 맹자(孟子) 어머니의 삼천지교(三遷之敎)로 반복하여 자상히 가르치시니 두 왕자의 학문이 훌륭히 이룩된 것도 빈(嬪)의 내훈(內訓)에서 인도된 것이다.

1615년(광해6) 선군(先君)이 간신(奸臣)들의 모함(謀陷)과 옥사(獄事)에 억울하게 얽히어 일이 장차 예측할 수 없게 되니 정빈(靜嬪)의 병환이 더욱 위독하였는데, 1623년 계해반정(癸海反正)으로 해와 달이 바뀌니 제일 먼저 예우를 받아서 은총과 사랑이 더욱 도타우셨다.

그러나 연이어 대옥(大獄)이 일 때마다 선군(先君)께서 무함(誣陷)과 역옥공초(逆獄供招)에 얽히어 북원에 귀양 가셨는데 항상 눈물로 우려 하시던 끝에 1626년(인조4) 병인에 병환에 걸리시어 장차 일어나지 못하게 되었다.

인흥군(仁興君) 영(瑛)께서 이를 상소(上疏)하여 상(上 : 선조)께서 선군(先君)을 석방하였으나 채 도착하기도 전에 서거(逝去)하시니 때는 1626년(인조4)병인 음력 11월 2일이고 춘추(春秋)가 60세였다.

상(上 : 인조)께서 놀라고 슬퍼하시며 관에 명하여 조제(弔祭)와 부의(賻儀)를 특별히 넉넉하게 하시고 중관(中官)을 보내어 상사를 돕게하니,다음해 정묘년 정월 17일에 양주의 탑곡리(塔谷里) 해좌사향(亥坐巳向 : 북북서를 등지고 남남동을 바라보는 좌향) 둔덕에 예장(禮葬)하였다.

정빈(靜嬪)께서는 두 왕자(王子)와 세 옹주(翁主)를 두었는데, 장남은 인성군(仁城君 공(珙)이시고, 차남은 인흥군(仁興君) 영(瑛) 이시며, 장녀는 정인옹주(貞仁翁主), 차녀는 정선옹주(貞善翁主) 삼녀는 정근옹주(貞謹翁主)이다.

(정빈묘소)

(정빈 묘비)

(정빈묘비 후면)